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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도 무언가를 글로 표현하는 재주가 한때 조금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난 김에 에디터를 켰다. 머릿속에 있는 것 하나를 뭐라도 써두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다.

오늘은 여기서 끝. 내일 또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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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관해

‘건승’의 의미

 

회사에서 누군가가 이직을 하거나 부서 이동을 할 때면 다들 주고받는 말이 있다. “건승하세요” 혹은 “건승을 기원합니다”. 맥락상 ‘성공적으로 잘 살아라’ ‘앞으로도 잘 해나가라’ 이런 의도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국어원 트윗인데 ‘건승하다’은 이라고 주격조사 오타를….)

‘건승’의 원래 의미는 ‘탈 없이 건강하다’, ‘안녕’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함'”라고 한다. 건강하다거나 튼튼하다는 뜻의 ‘건'(健)과 이기다 혹은 견디다는 뜻의 ‘승'(勝)이 결합한 한자어다. 두 글자의 뜻만 풀어놓고 보면 ‘건강의 승리함’ 정도 같다.

사전적 정의와 사람들의 실제 이해가 다른 것은 ‘승’이 이런 용법으로는 보통의 한국어 대화에서 거의 쓰이지 않아서이려나? 한자 勝의 이런 쓰임새가 어색한 것과 동일하게, 영어의 ‘win a prize’를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사실 나도 건승은 사전을 보고서야 알았고, win a prize도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는 걸 학습했을 뿐이다. 이게 직관적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아마 오래지 않아 健勝를 한국어로 읽은 한글 표기단어 ‘건승’은 죽은 단어가 되고, 성공을 기원하는 현대 한국어 표현으로서 ‘건승’만 살아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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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로그

달리기로그(4) 재시작

2016년 12월, 날이 추워지면서 천변 달리기를 멈추었었다. 추운 날씨에도 달리기 위한 운동복이 마땅치 않았고, 또 그만큼 추운 날씨를 이겨낼 만큼 달리기에 대한 내 열정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2017년은 운동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과 멀어졌고, 10km를 단 한 번도 뛰지 못하고 2017년은 지나갔다.

2018년 하고도 7월 31일. 시동을 다시 걸었다. 취미로 달려보기 시작했던 게 2012년인데, 그 이후 하다 말다 하다 말다를 반복하다보니 2016년 12월이 될 때까지 10km 이상을 뛰지 못했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또 쉬었으니 새출발이나 다름 없는 상황.

경험상 ’20분 달리기’가 완전 입문자에서 초보자 수준으로 올라서는 단계였다. 시동을 다시 걸면서 20분은 가뿐하게 달성. 이제 천천히 다시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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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직장 생활과 궁극의 가치

회사생활 측면에서 2017년은 매우 좋지 않은 해였다.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과 ‘직장 생활’이나 ‘커리어’ 따위의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중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이야기를 옮겨 적는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일을 겪게 되고, 그러한 외부 요인에 우리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매번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일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나 목표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이걸 발견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무엇을 할 때 성취감을 느끼는지,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느끼는지… 본인이 일을 하면서 추구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달성하고자 하는 가장 높은 차원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이것을 발견하고 인지하기 못한다면, 모든 일 하나하나가 다 어려움이고 그것들이 삶 전체를 휘두르게 됩니다. 지금의 당신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요. 하지만 본인이 궁극적으로 이뤄내고자 하는 가치를 발견한 다음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외부에서 다가오는 변화와 사건들은, 우리가 그 가치로 향하는 여정에서 스쳐 지나가버리는 것에 불과하게 됩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내면의 궁극적인 가치’여야 할 것마저 외부의 시선으로 설정하는 오류입니다. 바로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목표, 즉 인정 욕구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인정하는지 여부에 자신의 커리어, 자신의 인생, 자신의 목표를 맡기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순간 무너져버립니다. 자기 마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꼭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지금의 본인이 겪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빠져나갈지 답이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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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우수’에서 ‘최우수’로 넘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특징

수능 외국어영역[note]지금은 영어 영역이라고 하는 그 시험[/note] 유호석 선생님의 2006년 인터넷 강의 내용 중 일부. 당시 고3이었던 나는 이 부분을 따로 떼어서 녹음해 mp3파일로 남겨두었었고, 그 파일을 얼마 전 외장하드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마주하게 되었지만 마찬가지로 뜨끔하게 되는 말씀이다.

인터넷 강의 하나를 들었을 뿐이지만, 나는 유호석 선생님을 영어 강의 실력으로나 인격적으로나 매우 훌륭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2014년 쓴 영어 공부 글에서도 선생님의 강의를 추천했다.

선생님은 암 투병 끝에 2016년 3월 작고하셨다. 인터넷에선 그의 죽음에 황망해하고 애도하는 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생전에 커뮤니티 겸 학습자료 공유용으로 쓰이던 카페에 가보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를 기리는 1주기 추모 예배가 열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사교육 강사로서 실력과 인간으로서 그의 성품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아닐까.


2006년 9월 14일, 메가스터디 외국어영역 유호석 선생님 강의 녹음

학생들 중에, 제가 가만히 보니, 머리는 똑똑하고 이해는 빠른데.. 최우수가 되지 못하고 우수에서 끝나는 많은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의 특징? 자기가 아는 게 나오잖아요, 그럼 다른 걸 봅니다.

(중략)

답을 부른 다음에 “2번 보자”라고 했는데, 자기는 2번은 맞춘 학생이 있죠. 그럼 2번 설명을 제가 하고 있는데, 자기가 틀린 7번을 보면서 그걸 먼저 풀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요.

이게 최우수로 가지 못하고 우수에서 끝나는 학생들의 특징입니다. 제가 12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항상 ‘1등’을 하지 못하고 바로 그 밑에 2등, 3등, 4등을 하는 학생들의 특징. 최우수 집단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의 특징입니다. 아는 내용이다 싶으면, 머리가 바로 흐트러집니다.

이걸 심하게 말하면 ‘겉똑똑’한 겁니다. 주위 사람들한테 똑똑하다는 얘기를 듣겠지만, 한계를 넘지 못하는 거죠. 정말 똑똑한 학생들이라면, 선생이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자기가 알더라도 한 번 더 듣습니다.

(후략)


지금은 이것이 공부에 대한 말로 들리지 않는다.

웬만큼 똑똑하고 일처리 잘한다는 수준의 직원(혹은 프리랜서 혹은 리더)에서 탁월한 1인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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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2016년 회고의 결과, 다섯 가지 교훈

애자일컨설팅 김창준 대표님의 ‘망년회 대신 기년회‘라는 글을 지난 2014년 연말께 처음 읽었다. 에버노트 스크랩 날짜를 보니 그 해 12월 24일 접했던 것 같다.

2014년 연말에도, 2015년 연말에도 하지 못했던 것을 올해는 겨우겨우 해냈다. 지난 1년여간 남긴 기록을 살피며 그때그때 얻은 교훈과 배움을 정리했다. 막상 정리하고 나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알찬 다섯 가지 내용이 나왔기에 블로그에 올려 공개할까 한다.

1. 타이밍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진부한 말이 있지만, 딱 두 가지에 대하여 타이밍의 중요성을 재발견했다. 주인공은 질문과 인사다. 둘의 특징은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갈수록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금 회사에 같은 날 입사한 어느 개발자가 있다. 모 스타트업 대표였다가 그날 이 회사로 동료들과 함께 입사한 분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케이스라 생각해 그 사람에게 호기심을 느꼈지만,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시간이 한참 지나갔다. 지금 와서 그분에게 ‘입사 동기’라며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한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입사 첫날이나 그 다음날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지난 겨울부터 여름까지 참석했던 어느 주간 정기회의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더욱 신입 직원이었기에, 모르는 몇몇 용어들이 회의 내내 오갔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제때 묻지 못했다. 몇 주 지난 뒤에야 상급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그 단어들이 무슨 뜻인지 묻는 질문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 몇 주의 시간은 원래 담아냈어야 하는 의미를 온전히 담지 못한 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버렸다. 그때 체감한 것은 ‘아 그때 괜히 안다는 듯이 넘어갔다.. 이제와 질문하면 그때 아는 듯이 행동했던 내가 뭐가 되는 건가’라는 괴로움이었다.

2. 준비하고 탐색하라

지금보다 나은 상황으로 이동할 기회, 혹은 지금의 주위 환경을 더 나은 것으로 변화시킬 기회는 언제든지 다가온다. 그 기회를 붙잡고 이동이나 변화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몫이다.

멀리 떨어진 기회든 가까이 다가온 기회든 자신에게 어울리는 기회가 있는지 항상 주위를 살펴야 한다. 지금 당신 곁에는 ‘케미’가 아주 잘 맞는 기회가 한뼘 거리에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리면 그것이 보이고 팔을 뻗으면 그것이 품 안으로 다가올텐데, 아무 탐색도 하지 않는다면 그 모두가 무용이다.

긍정적 변화를 갈망하자. 꿈꾸는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지만, 바라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무슨 발전과 변화가 다가오겠는가.

3. 도움 주는 데에 인색하지 마라

알고 있는 것을 주위에 나누어라. 물론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여분의 통화로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내가 받은 도움의 총량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근본이다. 노력은 의지로 채울 수 있지만, 도움은 운에 달린 문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나에게 운으로 다가왔기에, 나도 누군가에겐 도움으로 보답해야 한다. 이런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운의 선순환이라 부르고 싶다.

4. 집중하는 만큼 시간은 내 편이다

집중하지 않는다면 ‘그 일의 시간’은 허무하게 지나가버린다. 스스로 마음 먹었든 누군가의 지시가 내려와서든,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떠올려보자. 제때 만족스럽게 완수한 일은 제외하고..

해야할 일의 목록에 추가되었지만, 집중하지 않았던 탓에 어느새 그 일의 ‘기간’만 훌쩍 지나가버린 적 없는가. 이걸 올해 유난히 크게 느꼈다. 2월 중순께 어느 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을 지시받았지만, 그 일에 마음을 쏟지 못하는 사이 6월이 되어버렸었다. 다른 부서의 다른 관계자가 주도권을 쥐고 개시를 알리고 나서야, 나는 그 일에 다시 제대로 참여할 수 있었다.

집중하지 않는 사이 넉 달이라는 기간이 흘러갔지만, 그중 어느 시간도 내 편이었던 적은 없었다.

5. 낭중지추의 올바른 해석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가는 것은 제 의지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그럴 의향이 없거나 심지어는 그러고 싶지 않더라도, 불가항력으로 주머니를 뚫고 나가고야 마는 것이 송곳이다. 주머니를 뚫으려 애쓰지 마라. 스스로 송곳이 되는 것에만 집중해라. 인정 욕구와 진짜 실력에 관한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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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운동하고 공부하는 휴가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연차 휴가였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쉬었으니, 연달아 7일의 휴식을 즐긴 셈이네요. 어딘가 여행을 가야만 할 것 같은 자아 내부와 외부의 압박을 느꼈지만, 집에 머물며 운동과 공부에 전념하는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 한 주간이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 세계관을 다시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우선 매일 원하는 만큼 수면을 취한 뒤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핏빗 수면기록을 보니 월요일은 아침 9시 20분에, 화요일은 조금 일찍 일어난 7시에, 수요일은 늦잠을 원없이 자고 오전 11시 50분에, 목요일은 8시 45분에, 그리고 오늘은 9시 15분쯤 눈을 떠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수면은 중요하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지만, 저는 유달리 잠에 약합니다. 가급적 7시간 이상 수면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이틀 사흘 잠을 충분히 못 잔다면 그 다음날 저녁은 어김없이 쓰러져 잠들곤 합니다. 혹은 주말 이틀 각각을 10시간 넘게 잠에 쏟아붓기도 하고요. 이번 일주일은 제 몸과 정신이 원하는 시간에 잠들었다가 원하는 때에 일어날 수 있는 즐거운 기간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따로 챙기지 않았고, 대체로 11시~12시 사이에 아침 겸 점심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볕이 좋은 때를 골라 집 밖에 나가 10km씩 달리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는 달리기로그 2편3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뛰지 않는 날은 집 안에서 맨몸운동으로 근력을 자극하면서 컨디션을 맞추려 노력했고요. 햇빛은 따뜻했지만 바람이 찼던 탓인지, 어제 그제 이틀 연속 달린 후인 오늘은 목감기 기운이 돌아 집 안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기록 향상을 수치로 확인하며 운동하는 것은 무척 행복한 자극을 주는 일입니다. 신체적 역량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던 과거와의 단절은 그 정도가 뚜렷해질수록 기쁜 일입니다.

달리기 혹은 근력운동을 마친 뒤 씻고 나와서는 견과류와 함께 커피 혹은 탄산수 마시며 휴식을 취합니다. 워드프레스 업데이트 덕분에 알게 된 Pepper Adams의 재즈 음악이나 학창시절 들었던 옛날 힙합 음반들을 틀어 놓고 아무 생각 없이 30분에서 한 시간 가량을 쉽니다. 하루 걸러 하루는 방 청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고,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해 노끈으로 묶어 집 밖에 내놓고, 몇 주 방치돼 있던 쓰레기봉투도 꽉 눌러담아 밖에 내놓았습니다.

그러고 나면 웹 애플리케이션 기초 공부를 했습니다. 최초 계획은 구입해 놓은 ‘모던 웹 디자인을 위한 HTML5+CSS3 입문‘을 한 장 한 장 공부하는 것이었지만, 책을 몇 장 넘기다 계획을 바꿔 생활코딩의 ‘웹 애플리케이션 만들기‘를 수강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서문에서 말하는 “HTML5와 CSS3를 처음 공부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그 목표 수준보다도 저의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웹과 인터넷에 대한 조감도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음.. 어쩌면 아직도 이론 공부와 대학 강의 방식의 교육에 익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초의 기초’조차 없는 상황에서 실제 HTML5 태그를 익히는 것은 사상누각이 아닐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결국 “생활코딩 실습은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을 위한 코스입니다. 차분하게 실습을 따라하면서 하나의 웹서비스가 어떤 기술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기술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음미하다보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재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소개 문구에 끌려 생활코딩 웹 애플리케이션 만들기 강의를 듣고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습에 의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HTML5+CSS3 입문’ 교재와 비슷하지만, 웹과 인터넷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코스 구성에 마음을 놓고 따라가고 있습니다. 또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메타인지적 접근도 제 취향에 부합하는 소개 문구였고요.

최초 구상은 이번 일주일 내에 교재를 1회독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교재 1회독보다 시간이 덜 걸릴 법한 생활코딩 강의 수강조차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월요일과 화요일에 개인적으로 부탁받은 다른 일을 하느라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첫 문단에서 말한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 한 주간이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 세계관을 다시 강화”할 수 있었던 것 자체에 감사하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과 11월 중순은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와 의욕이 서로 반비례의 극단에 치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업무는 사실상 두 배였고, 본업에 해당하는 일에는 오히려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채(그래서 더 업무 멘탈이 흔들리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도 있었고요.

이번 한 주는 그런 독을 빼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디로도 떠나지 않았고 누구도 만나지 않았지만, 그 어느 휴가보다 몸과 머리가 맑아진 휴가였습니다. 입 밖으로 터져나오던 부정의 레토릭도 많이 줄어들었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되찾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외부의 번잡함에서 자신을 차단하고, 신체와 정신 단련에 시간을 온전히 쏟는 휴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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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로그

달리기로그(3) 다시 신기록, 그리고 스포츠심리학

기록이 또 단축됐다. 크게 기대하고 뛰지 않았지만 마지막 9~10km 구간에서 좀 힘을 쥐어짰더니 이렇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기록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해 주로 말하고 싶어 달리기로그 세 번째를 쓴다.

우선 기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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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록. 오늘부터는 핏빗 앱의 심박수 스크린샷까지 함께 넣기로 했다. 기종은 핏빗 차지2. 스마트폰과 GPS 연동이 중간에 조금씩 끊어져서인지, 거리 기록이 엔도몬도와 조금 차이 난다.

중간 5km와 7km, 그리고 마지막 10km구간을 제외하면 모든 구간을 5분 27~28초로 일정하게 뛰었다. 달리는 시간의 70%를 완벽하게 페이스 조절했다는 데서 굉장히 큰 성취감. 어떤 감각으로 뛰면 5분 30초 언저리인지 이제 몸으로 느끼고 정신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5km와 7km 구간에서 빨라진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아쉬운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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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덕분에 개인 기록이 또 새로워졌다. 이번에는 엔도몬도 앱에서 축하한다고 알림도 쏴주더라. 운동 앱의 깨알 재미. 10km를 달리면서 44초 경신이라는 건 작지만 큰 성과라 생각한다. 당분간 이 축하 알림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오더라도 자제할 계획. 어제 말한 것처럼, 54~55분을 안정적으로 뛰는 것이 일단의 목표다.

심리-인지와 체력의 관계 고민, 그리고 스포츠심리학의 발견

동네 코스는 5km 조금 넘는 구간까지 달린 뒤 다리를 건너 천변 반대편으로 나머지 5km를 돌아오는 방식이다. 요즘 느끼는 것이, 9km~10km 구간에 접어들면 유난히 힘들다는 자각이다.

오늘 해당 구간에서 체력의 소진을 유난히 크게 느꼈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기 싫었고, 이전과 비슷하게 뛰기 위해 힘을 쥐어짰더니 오히려 그전보다 훨씬 짧은 기록인 5분 8초로 9~10km 구간을 통과했다.

덕분에 10km 기록을 또 경신할 수 있긴 했지만…문득 궁금해졌다. 마지막 1km에서 너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 실제 나의 체력 수준에 따른 자연스러운 한계인지, 아니면 ‘거의 다 왔다’는 눈앞의 정보로 인해 몸의 움직임이 영향을 받는 것인지 말이다.

전자라면 별달리 신경쓸 게 없을 것이다. 내 체력의 자연스러운 가동 범위일테고, 앞으로 점진적으로 늘어날 테니까. 문제는 후자의 경우다. 만일 마지막 1km 구간의 유별난 체력 소진이 ‘거의 다 왔다’는 인지(와 그에 따른 심리)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면, 내 체력 발달과 관계없이 언제나 마지막 구간에서 방전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관해 다양한 검색을 해본 결과 ‘스포츠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인지’와 ‘심리’가 같은 개념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스포츠’심리’학이라는 이름에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이런 학문의 분야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또 즐거운 발견이다.

다만 이 학문이 다루는 분야가 굉장히 방대해서,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한 과학적 해설을 바로 찾지는 못했다. 몇몇 기사(성대신문, 스포츠Q)나 위키피디아를 읽어보았지만, 스포츠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대충 이런 느낌이구나’ 정도를 파악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 천천히 이 분야에 관해 알아보면서, 9km~10km 구간에서 체력적 한계를 느낄 때 그것에 대한 심리와 인지의 영향에 대해 파악해볼 계획이다. 하루키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일상에서 달리기를 해나가며 하고 싶은 말들이 생기고 있다. 그러고 보니, 다음엔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대해 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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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로그

달리기로그(2) – 개인 신기록 달성

50분 후반대 기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됐다고 쓴 것이 약 2주 전인 11월 7일이었다. (바로가기)

그 이후 회사 업무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운동을 많이 못 했고, 달리기로그도 쓰지 못 했다. 13일에 다시 뛰어보겠다고 집을 나섰지만, 충분한 워밍업을 하지 않고 욕심을 내다가 중간에 멈춰야 했다.

이번주 다시 제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3년 만에 개인 신기록을 달성했다. 제대로 뛰는 분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나름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한 성과다.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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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달리기를 한 5일 이후 8일간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다가 나섰던 달리기. 뛰기 전 20여분간 걸었고, 그 기세를 몰아 2km 구간에서부터 5분 20초대에 진입했으나.. 4km 중반 구간에서 몸이 못 따라주는 것을 느끼고 중도 포기. 4.63km는 다시 걸어서 돌아왔다.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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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실수를 교훈 삼아, 무리하지 않기로 처음부터 마음 먹고 뛴 기록. 15분가량 걸은 뒤에 시작했으나, 주로 1km당 6분 언저리의 기록을 유지하며 뛰었다.

7km구간에서 조금 빨라지긴 했으나,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60분 21초. 2주 전에 50분대 후반으로 진입했다고 좋아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웠으나, 13일의 중도포기를 떠올리며 타협.

11월 23일

161123

드디어 개인 신기록을 찍은 날. 3년 전 교환학생 시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죽을 힘으로 뛰었던 결과가 55분 09초였다. 그리고 오늘은 죽을 힘을 짜내지 않았지만 54분 57초로 10km를 통과했다.

달리기 대회를 나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혼자 연습으로 달릴 때와 수백명이 옆에서 함께하는 경쟁적인 환경에서 달릴 때의 페이스는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이제 혼자서도 10km를 54분 47초에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페이스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 54분 후반대.

그렇게 유지한다면, 실제 대회에 나갔을 때 50분 초반대 기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은 더 심한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최대한 자주 달리면서 몸을 54분대에 맞출 계획.

2013년 5월 4일 코펜하겐 마라톤 기록. 덴마크니까 지도 포함(ㅋㅋ)

c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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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ART x SMART

뉴욕 매거진 기사를 읽다가 알게 된 김동규라는 작가. 텀블러에서 인상적인 작품 몇 개를 업어 왔다. 두 달 전에는 쿼츠에서도 소개된 작가. 작법과 메시지 모두 마음에 든다.

https://artxsmart.tumblr.com/post/66080161629/family-gathering-based-on-the-balcony-by

스마트폰 현상 가운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다. 사람을 앞에 두고는 그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것. 현상의 원인이 여러 가지다 보니, 눈 앞의 사람이 불편하기 때문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꽤 많은 경우에 ‘의식 없이’ 스마트폰을 켜고 그 속을 확인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 앞에 남겨진 나는 무력감을 느낀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 있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다들 손바닥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에는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건 도시의 생활방식이니까. 스마트폰 이전엔 책과 신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친구와 연인을 앞에 두고도 초점을 손바닥 안에 맞추는 광경을 볼 때이다.

 

https://artxsmart.tumblr.com/post/66080521301/her-mirror-based-on-rokeby-venus-by-diego

‘비너스의 단장’ 속 거울을 아이패드로 교체했다. 소품 하나가 바뀌면서 작품 전체의 함의가 많이 달라졌다. 미의 여신 비너스가 치장을 준비하기 위해 바라보는 것은 거울이 아니라 아이패드이다. 현 시대 사람들이 자기 치장을 하는 것은 실제 어딘가를 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이패드를 들고 있는 건 사랑의 신 에로스. 소셜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상 속을 들여다보며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에로스는 금빛 화살촉뿐 아니라 납 화살촉도 부릴 줄을 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졌던 사랑이 거부당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똑같이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https://artxsmart.tumblr.com/post/66080124808/old-man-in-sorrow-based-on-old-man-in-sorrow

아이폰 액정은 유리가 아니다. 아이폰 액정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창이다. 아이폰 액정이 깨진 순간 그 소유자는 절망의 늪에 빠진다.

https://artxsmart.tumblr.com/post/66080634569/when-you-see-the-amazing-sight-based-on

제목: 놀라운 광경을 목도했을 때.

 

https://artxsmart.tumblr.com/post/67953947036/check-based-on-the-angelus-by

이번에도 소품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작품의 메시지가 우리 일상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촌평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김동규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고.